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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21.(월) 2학기 개학

새로운 환경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긴 휴식 후의 일터로의 복귀는 3년이 지난 후에도 적응하기 힘든 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고, 오히려 즐기며 선호하는 편이지만

마음으론 괜찮다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나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교차한다.

 

사실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용일 수도 있다. 매우 게으른 편이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꽤 받는 편인 것 같다. 이 일이 나에게 오죽 스트레스였으면, 친한 동생 집에 놀러 가서 잠을 자다가 수업 구상하는 꿈을 꿨을까.

(내가 박수로 리듬을 치면 학생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수업을 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박수를 박차게 치며 같이 자고 있던 두 친구를 단번에 깨웠다. 사실 한 친구는 독서하고 있었지만.. 아무튼 이것도 참 시트콤적인 추억이다.)

 

스트레스 요인을 또 분석해보자면, 1학기에 수업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던 학급의 수업이 개학 첫날 편성되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드러내고 표현해야 되는 수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 그 스트레스는 피곤에 찌든 눈을 억지로 떠가며 유튜브, 심시티 등을 하는걸로 표출되었다. (사실 개학 스트레스는 개뿔 방학의 끝자락을 잡으며 놀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스트레스의 밤을 보내며 짧은 수면으로 다음날을 맞이하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출근길의 피곤함이 담긴 역동성에 참여하니 비로소 개학했음을 느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들어간 수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무기력하게 늘어 앉아 있는 학생들이 절반이었던 1학기 마지막 수업의 풍경과 비교하자면 가히 '개과천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한 여러 파편들에 생기 있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즐겁게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나를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만감이 교차했다.

사실 1학기의 수업은 월요일 연강의 마지막 수업이었기에, 나의 저질 체력으로선 더이상의 표출할 에너지가 없던 수업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업의 무기력함을 아이들의 성향으로 돌렸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결국은 교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더 친절해져야지.
더 섬세해져야지.
더 낮아져야지.